아내와 도쿄에 다녀온지 3주가 되었다. 작년에는 후쿠오카를 다녀왔고 올해는 도쿄를 다녀왔다. 딱히 도쿄를 가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좋아하던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 나왔던 장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어디어디는 꼭 가봐야겠다 라는, 책에서 나온 어디를 갔다가 누가 어디를 향해 가던 길을 따라 걸어봐야지 하는 그런 열정같은 것은 없었다. 단순히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를 둔 탓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읽고있는 쇼펜하우어 책 때문인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이 꼭 좋은 성향은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도착한 첫날부터 이튿날 오후까지 비가 계속 내렸다. 이틀날 일정을 내가 짰기 때문에 나의 일정 대부분은 춥고 쌀쌀한 것으로 기억난다. 그래도 내 일정 중간 중간에 아내가 가고 싶었던 곳이 있을 경우 그런 곳들을 들렸기 때문에 내가 계획한 일정은 물 흐르듯 흐르지 못했고 중간에 무언가 뚝뚝 끊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꼭 가보고 싶었던 요오기 공원을 해가 지고 나서 도착할 수 있었고, 공원이 공사중인 탓에 공원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튿날 아침에 아내가 깨기 전에 몰래 나와서 숙소 근처 우에노 공원을 돌아봤던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도쿄의 해는 일찍졌다. 현지 시간으로 네시 반이고, 한국과 시차가 없기 때문에 동일한 네시 반이었다. 유럽도 아닌데 네시 반에 지는 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시차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에 일본이 한 시간이라도 빨랐다면, 다섯시 반에 해가 지는 것이었을테고 그 시간대는 충분이 이해와 납득이 가는 시각이다. 이튿날 마지막 일정은 계획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신주쿠 근처에서 급한대로 마무리를 했다.
다음 날 일정은 아내가 계획했는데, 중간에 간섭되는 일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일정이었다. 날씨가 개고 조금 따뜻해져서 야외활동 하기에 더 편해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셋째 날 일정은, 뚜렷한 계획없이 여기저기 구경하게 되었다. 그래도 큰 틀에서의 아내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셋째 날 저녁쯤 되니 내가 도쿄에 오고 싶었던 이유가 무었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내와 내가 여행갈 때 재미삼아 하는 것이 있다. 하루는 내가 일정을 계획하고, 하루는 아내가 일정을 계획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여행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TV의 여행 프로그램처럼 어디가 더 좋았는지 비교를 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서로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도 정한다. 아내와 나 모두 혼자 여행하는 방식이 있고, 가끔씩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이번 여행 일정은 3박 4일이어서, 혼자 여행하는 날을 넣지는 못했다.
도쿄의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도쿄타워를 보고,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들을 먹고 (도쿄에서 몬자야키는 꼭 먹어 보길) 쇼핑을 했다. 돈키호테가 워낙 유명하지만, 한국에 수입되어 들어오는 제품도 이미 많이 있다 (금액 면에서는 다를지언정)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브랜드도, 편집샵을 통해 들어오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이라면 굳이 찾아다니지 않을 소품샵들도 굳이 찾아서 가게된다. 라멘을 먹다가 혀를 씹었는데, 혀에 멍이 들었다. 라멘보다 우동을 더 좋아하지만, 어째서인지 우동은 잘 먹지 않게 된다. 후쿠오카와 비교하자면 도쿄의 하이볼은 맛이 없었다. 산토리 위스키는 더이상 사지 않는다. 수하물 무게가 늘 걱정되지만 생각 했던 것보다 무게가 무겁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은 굳이 사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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