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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yr

0058 - 나의 조커

 조커를 연기한 사람들은 많았다. 잭 니콜슨,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 까지. 어제 아내와 심야 영화로 조커 - 폴리 아 되 를 보고왔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 영화를 봤는데, 어떤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지 알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나의 감상평은 전반적으로 싫지만은 않은 영화였다. 조커라고 하면 악의 분신으로써 어떤 악행들을 저지를지 기대하게 되는데 이번 영화는 조커의 대표적인 악행이라고 표현될만한 직접적인 행위는 없다. 그저 조커라는 인물의 (인격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지 모르겠다) 내적 갈등과 외적 갈등을 묘사하는데 영화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그 방법도 노래와 음악이라는 형태를 차용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에어팟을 끼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음악적 경험을 강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의 서사적인 측면을 보았을 때, 긴장감이 서서히 고조되며 기승전결의 형식을 띄는 영화도 아니기에 영화가 끝났을 때 조금은 당황스러운 여운이 남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첫번째 드는 생각이, 노래만 부르다 끝났네 일 것이다. 숏폼이나 릴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것일까? 짧은 길이의 영상 파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을 하나로 뭉쳐줄 구심점 역할을 하는 중심 스토리의 힘이 약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노래만 부르다 끝났다는 불만을 갖기 보다는, 왜 하필 노래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볼 필요는 있다. 우리는 주로 기분이 좋을때 노래를 흥얼거리는 경우가 많다. 조커와 같이 악한 존재도 기분 좋게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때 정말로 기분이 좋아 보일 때가 가끔씩 있다 (물론 연기겠지만) 이러한 장치를 통해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또 하나는 대비적인 장치로써 노래가 사용되었을 수 있다. 영화에서 조커가 부르는 대부분의 노래는 즐겁고 신나는 노래이다. 그런 노래를 광기어린 몸짓과, 죄수복을 입고 부르는 장면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인물이 처해있는 상황의 비극적인 모습을 좀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장치로 사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실과 비현실, 혹은 현실과 상상을 구분짓는 장치로 도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그만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해 달라는 조커의 대사가 이런 상황을 설명 가능하게 한다. 
 
 스포일러는 하기 싫기 때문에, 혹시라도 영화를 보게 되실 분들은, 영화 마지막 시퀀스에서 아서 플렉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에서의 포커스 아웃 처리 된 후경을 자세히 봐 주기 바란다. 후경 처리 된 배우는 영화 중간 중간 짧게나가 클로즈업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편집 효과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하는 액션이 없기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역시나 마지막 부분에서 놓쳐서는 안될 인물이 되었다. 
 
 요즘 TV나 유튜브에서 "부캐"라고 통용되는 현상이 있다. 해리성 인격장애에 대한 드라마도 나오는 것으로 보이고, 광해 라는 한국 영화도 조금은 다른 방식이지만 조커와 일맥상통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결국에는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한 가지 짧게 추가하고 싶은 내용이 생각났다. 이 영화에서 빛이 쓰이는 형태다. 아서 플렉을 비추는 빛에 따라서, 그 빛에 의해 아서 플렉의 얼굴이 보이는 방식이 인상깊었다. 빛과 어둠이라는 대립적인 장치를 통해 또 한번 선과 악의 대비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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