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미금역 인근으로 임장을 다녀왔다.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볼 팝업 스토어가 있어서 판교를 들렸다가 지하철을 타고 미금역에 갔다. 판교를 지나는 신분당선은 퇴근길에 이용하는 라인이다. 출근시에는 분당선을 타고 오리역 까지 간 다음에 오리역에서 회사 셔틀을 탄다. 퇴근 시간에 신분당선은 정말 어려운 노선중에 하나다. 사람이 붐빌 때는 한 대는 기본적으로 보내야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그나마 경강선으로 환승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내리는 사람들이 많기도 해서 요즘은 지하철을 보내야 탈 수 있거나 하지는 않다. 주말에는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적긴 하지만 한가하다는 분위기는 아니다. 판교역에서 신분당선을 타면 정자와 미금역을 거친다. 정자와 미금역 모두 분당선으로 환승이 가능하지만, 환승의 용이성에서 정자역의 환승 동선이 조금 짧기 때문에 대부분 정자역에서 환승을 한다.
미금역에 내려서 3번 출구로 나왔다. 가을 분위기 덕택인지 세시반 정도가 된 시간에도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미금역은 미금역 사거리를 기준으로 북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남쪽으로는 빌라 단지들이 있다. 서쪽으로는 경부 고속도로, 대왕 판교로 등이 있고 동쪽으로도 아파트 주거 단지가 있다. 오늘은 빌라 단지가 있는 남동 쪽으로 향했다. 오늘 구경을 할 동네는 근린생활 시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최근 다세대 주택 혹은 1층에 상가를 낀 다세대 주택에 관심이 있어서 해당 지역을 위주로 동네 구경을 했다. 까치마을 이라는 마을 이름이 붙었지만 그 유래는 알지 못한다. 근린생활 구역을 관통하는 길이 있어서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생각보다 나무가 많고, 군데 군데 공원이 있어서 녹지는 충분한 것 같다. 무엇보다 동네가 매우 조용했다. 건물도 대부분 3층 이내 건물이 많다. 1층 상가는 주로 음식점과 주점으로 채워져있다. 저번에 왔을 때 외부 인테리어 공사 중이던 곳은 하얀색 회벽의 지중해식 분위기를 풍기는 까페가 되었다.
그렇게 몇 블럭을 걷다 보면 다시 왕복 4~6차선 정도의 도로가 하나 나온다. 그 도로를 건너서 동막천이 나올 때 까지 또 한 블럭의 근린생활 시설이 구성되어 있다. 도로를 건너기 전에 있는 북까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북까페 주변에는 공방과 아틀리에등이 있었다. 사실 이번이 미금 두번째 임장이다. 첫 번째 동네 구경에서는 북까페를 가기 위해 한 번 들른적이 있었다. 좋은 북 까페였지만, 외부 천장 인테리어에 드러난 배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배관을 목공으로 감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벽은 무거운 초록색으로 페인트 칠을 했다. 책을 전시하는 가구의 원목 색과 조화가 균형이게 잘 구성되었다. 테이블의 배치도 좋다. 여러명이서 토론을 할 목적으로 배치해 놓은 것 같은 큰 테이블도 있고, 창을 향해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1인 소파 자리가 있고 그 뒤에는 책상 자리가 있다. 벽의 구석에는 사선으로 긴 테이블이 있고, 벨벳 쇼파가 구석 코너를 끼고 있다. 북까페 사장님이 틀어놓은 재즈 음악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테이프가 씹히는 것 처럼 약간의 템포가 뭉그러지는 구간들이 간혹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책을 읽고 다시 길을 나섰다.
미금일로 를 건너면 높은 층수의 상가 건물이 일종의 완충지역을 형성한다. 건물에 로또 명당 점포가 있어서 아내와 복권을 샀다. 두 번째 지역은 까페가 더 많이 보였다. 빌라 단지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이런 것을 항아리 상권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자역과 미금역 일대에서 아쉬운 것은 백화점이 없다는 것이다. 죽전역의 신세계 백화점이나, 서현역의 AK플라자 혹은 판교역의 현대백화점을 가야지 백화점 쇼핑이 가능하다. 그래도 주변이 큰 도로가 없고, 도로가 있더라도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하는 건물들이 있어서 도로 소음은 확실히 적었다. 높은 건물이 있는것도 아니어서 하늘도 탁 트여 있었다. 동막천을 따라 산책도 가능하고 동쪽으로 보이는 산으로 등산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이 지역이 과연 재개발이 될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하는 것이다. 분당 1기 신도시를 재건축 하기 전에, 이런 빌라 근생 지역을 먼저 개발해서 주택수를 확보한 다음에 신도시 재건축에 들어가야지 그나마 1기 신도시 사람들의 이주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옛날 동네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 사라진다면 역시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동막천을 건너서 오리역 근처에 있는 삼겹살집에 갔다. 김치 삼겹살과 김치 찌개를 파는 곳인데, 맛집 포스가 있어서 예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김치 찌개 대신 김치 삼겹살을 먹었다. 며칠전에 비슷한 스타일의 삼겹살을 먹어서 비교가 더 쉬웠는데, 이번에 간 솜씨마을 보다는 솔밭 삼겹살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어쨋든 그렇게 저녁을 먹고, 주말 시간이라 배차 간격이 더 길어 진 분당선을 타고 집에 왔다.
아내는 계속 다음에 집을 어디에 살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일회성 고민으로 그치는 것 같아 아쉽긴 하다. 최근에 금리도 내렸고 집 값이 다시 오를지 모른다는 기대심리가 조금씩 형성되는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세를 놓고 다른 집을 사서 이사를 갈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아예 옮길지, 다른 집을 세끼고 살지 등등 가능한 옵션과 해보고 싶은 것은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자본금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로또 명당에서 산 로또가 우리에게 그런 행운을 가져다 줄 지 기대를 하면서 복권을 맞춰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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