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이 무엇의 줄임말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부동산을 보러 다니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통용되는듯 하다. 이번 주말에 석촌이라는 동네로 임장을 다녀온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석촌은 송파구, 잠실의 한 동네다. 돌이 많이 나왔다고 해서 석촌이라는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석촌 고분 일대를 둘러보고 왔다. 그곳으로 나를 이끈 것은 네모 앱을 통해 보게 된 1000/70 까페 때문이다. 평수도 그리 작지 않았고 권리금도 낮은 상태여서 (엄밀하게 말하면 낮아진 상태라고 말하는게 나을 것 같다. 최초 올라온 권리금에서 한 번 내린 흔적이 있었다) 한 번 직접 가 보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사장님과 이야기도 해 보고 싶었다.
점심쯤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석촌역에 갔다. 분당선을 타고 가다가 복정역에서 8호선으로 한 번 갈아탔다. 석촌역에 도착해서 6번 출구로 나간 뒤 서쪽을 향해 걸었다. 1차적으로 최초 보고자 하는 까페가 아닌 다른 까페를 먼저 들렸다. 목적 물건이 있는 주변에 의외로 까페가 많았는데 그 중에 "커피가 맛있다" 는 리뷰가 인상깊어서 선정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주문하고 바스크 치즈케잌 까지 주문을 했다. 까페는 약 14~15평 정도 되어 보였다. 4인석 테이블 4개와 2인석 테이블 1개가 있었다. 까페의 주 출입구는 동향이었고, 북향으로 유리창들이 있고 창틀을 짜서 장식품들을 놨다. 동에서 서로 긴 형태의 구조였다. 주문을 받는 장소와 음료를 제조하는 공간이 제법 넓었다. 구역을 조금 타이트하게 짜서 손님들이 이동하는 공간을 조금 확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간 구획이 잘 되어 있었고 목공도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까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만약에 까페를 하게 된다면) 실내 화장실 유무이다. 첫번째 까페는 화장실이 안에 있어서 좋았다.
까페에서 3~4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동네를 짧게 돌아보고, 고분 공원의 돌담을 따라 조금 걷고 초등학교를 끼고 칼국수를 먹으러 갔다. 칼국수 집은 석촌역 주변이 있었고, 리뷰가 많이 달린 집이었다. 특이한 것은 보리밥과 (비벼 먹을 수 있게 무 생채와 참기름, 고추장이 있다) 막걸리가 무한리필이라는 것이다. 칼국수 등의 메뉴를 인원수에 맞게 주문해야 먹을 수 있다. 칼국수는 바지락 칼국수인데 바지락 이외에 다른 건더기가 없는 것이 좋았다. 면은 노란색이고 (어떤 재료가 특별하게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칼국수 면 보다는 우동면에 가까울 정도로 두껍게 썰었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비싸다는 느낌이었다.
밥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일단 고분 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고분 공원을 훼손하지 않기 위함인지 공원 아래로 도로가 지하화 되어 있었다. 더분에 끊기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공원은 그리 크지 않았고 휴식을 취하러 온 동네 주민들과 반려견들을 산책시키러 나온 사람들, 이따금씩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헬리오시티 쪽으로 걸었다. 9천 세대가 넘는 헬리오시티는 단지 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헬리오 시티를 한 바퀴 돌아보고 북쪽으로 나와 여기저기 골목을 돌아다녔다. 초등학교 북쪽으로 도로를 하나 건너서 상가 건물들이 쭉 형성되어 있는데, 공실이 있는 건물들이 많아서 조금은 놀랐다. 더 자세히 찾아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임대료가 생각보다 비싼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대단지가 있다곤 하나 그 사람들의 수요가 모두 집중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시 반쯤이 되어서야 원래 목표로 했던 까페를 방문할 수 있었다. 까페는 잘 정돈되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전체 공간은 9~10평 내지로 보였고, 4인석 테이블이 2개, 2인석 테이블이 4개정도 있었다. 그 중에 3개는 벽을 따라서 길이 방향과 반대로 배치되어 있었다. 혼자온 손님 한 명이 있었다. 주 출입구는 남향이었고 까페 유리창도 남쪽을 향해 나 있었다. 화장실을 건물 전체가 공용으로 쓸 수 있는 화장실이 밖에 따로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잉글리시블랙퍼스트를 주문했다. 2~30분정도 아내와 이야기를 하고, 책도 보고 하는 시간을 보냈다. 혼자 온 손님이 나가고 나서, 사장님께 말을 걸었다. 앱을 보고 가게 내놓으신것 같아서 보러 왔다고 솔직히 말했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양해를 구하고 가벽 안 쪽 공간도 봤다. 까페 바닥이 단으로 구분되어 높이가 다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는 한 칸 짜리 높은 단을 계단을 한 칸 추가해서 공간의 높이를 조정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높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고 음료를 제조하는 공간이 되었고, 낮은 공간은 손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사장님께 가게를 내 놓게 된 사연도 들었고, 만약에 가게를 인수하게 된다면 으로 시작되는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부동산을 끼지 않고 직접 찾아 와서 이런 저런 문의를 한 다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친절하게 대답을 잘 해주시어 감사했다. 마지막엔 양해를 무릅쓰고 매출과 관련된 질문은 했는데 (마이너스가 나는 상황인지?) 이 마저도 친절하게 잘 대답해 주셨다.
그렇게 궁금했던 거의 모든 질문과 추가적인 궁금증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까페를 나왔다. 나오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전 사장님이 장사를 하시면서 단골이 많이 생겼는데, 까페가 바뀌게 되면 그 단골 손님들로선 안타까운 마음이 생길 것이다. 내가 새로 하게 되는 까페게 그 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의 경우도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다른 가게로 바뀌어 버리고 "무슨 이런 가게가 생긴거지?"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내가 하려는 것은 까페보다는 독립 서점에 가깝기 때문에, 이전 까페의 커피나 음료를 좋아하시던 분들은 분명히 실망하게 되실 것이다.
석촌이라는 동네는 잠실을 갈 때 버스 창 밖으로만 보던 동네였다. 이렇게 직접 구석구석 다녀본 것은 처음이었다. 동네의 중추를 이루는 것은 아무래도 초등학교인 것 같은데, 주말에 방문한 덕분인지 동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주변에 큰 도로도 없고 완충지역이 많아서 도로 소음이 적은 것이 좋았다. 석촌역을 이루는 지하철도 8호선과 9호선으로 (9호선 기준 급행노선의 정차역이다) 구성되어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장을 하는데 있어서 지하철에 대해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지하철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편하다거나 (물론 지하철이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편하지 않을수도 있다) 많은 노선이 지난다고 해서 꼭 좋은것도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신갈역을 예로 들면, 처음에 집을 볼때는 단순히 아 분당선이 있구나, 정자역에서 환승해서 신분당선을 탈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분당선은 하행선 기준으로 인천행, 고색행, 고색 급행, 죽전행이 있다. 죽전행은 죽전 이후로 운행을 하지 않고, 고색 급행은 신갈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가령 판교에서 신분당선을 타고 정자역에서 환승을 하는데, 죽전행이 2번 연속해서 오거나, 고색 급행이 오면 환승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신갈역을 결정했을 때 이런 부분까지 고려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가능하다면, 직장 기준으로 환승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거 지역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인다.
석촌역으로 임장을 가게 된 계기는, 이번 주 구해줘 홈즈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주 주제는 서울에 있는 10억원대 꼬마 빌딩이었다.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느낀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서울에 있는 10억원대 꼬마 빌딩이라는 주제로 4개인가 5개의 물건이 소개되었는데 모두 한강 북쪽지역이었다. 강의 남쪽으로는 10억원대 건물을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방증일테다. 물건중에 1층에 독립 출판사를 운영하고, 2층은 원룸 월세를 주고, 3~4층에 건물주가 주거하는 물건이 나왔다. 현 시점에서 내가 가장 이루고 싶어하는 삶의 방식이자 형태일 것이다. 두 번째로 느낀 것은 그 것을 한 번에 이루기는 어렵겠다는 것이다. 분명히 몇 단계를 거쳐서 그러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고 도착하게 될 텐데, 앞으로 계획을 잘 세워서 차근차근 조급하지 않게, 제로 투 원을 한번에 이루겠다는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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