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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3 - 나의 일기 일기를 안 쓴 지 2주일 정도 되어간다. 올해는 일기를 꾸준히, 열심히 써 보려고 했지만 곧 올해의 일기는 실패할 것 같다. 그래도 5개월 정도 꾸준히 써 왔는데, 조금만 더 힘을 내 볼까 하다가도 펜을 들기까지, 일기장을 펼치기까지, 책상 앞에 안기까지가 점점 어려워진다. 기록의 중요성, 유효성, 효용성 등 모든 장점들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쓰기 귀찮아지고 쓰기 싫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핸드폰에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일기라고 할 수 없다. 그날 무슨 운동을 했는지 어떤 진도를 나갔는지 적어두는 것은 꽤 규칙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은 일기라고 할 수 없다. 운동 일지에 가깝다.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면서 쓰는 것도 쉽지 않다. 회사에서 업무 일지를 꾸준히 적는 것도 쉽지 않다. 다양한..
0072 - 나의 "휴식 수업" 며칠 전 아내와 산책을 하며 대화 하던 중, 휴식과 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들어 몸에 피로도 점점 쌓이기도 했거니와 건강검진 결과에서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발견되어,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아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책꽂이에 꽂혀 있던 "휴식 수업"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예전에 어느 여행을 가면서 읽으려고 샀던 책이다. 책을 읽은 기억은 나는데 어떤 여행 동안 읽었던 것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휴식이 무엇인지도 책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쉬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들었다는 것을 보면, 나에게 휴식은 익숙하지 않은 행위..
0071 - 나의 불안 (3, 소리와 냄새) 비릿한 냄새가 났다. 냄새가 나지 말아야 할 곳에서, 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곳에서 냄새가 났다. 불길하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냄새를 하나씩 지워 나갔다. 옷을 갈아입고 몸을 닦고 이를 닦고 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청소를 하고 모든 것을 다 닦아 냈지만 여전히 냄새가 난다. 그것은 밖으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냄새가 아니다 집 어디에선가 내 몸 어디에선가 냄새가 난다. 그러다가 결국 코를 틀어막아버릴 셈이다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곳에서 소리가 났다. 불길하다. 모든 소리를 하나씩 없애본다 나의 숨소리도 심장소리도 맥박소리도 모두 없애버린다 그러다가 결국 고막을 찢어내고 말겠지
0070 - 나의 사직서 (초안, 작성중)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인생은 후회로 점철된 인생이었습니다. 그 때 그렇게 하지 말걸, 그때 그렇게 할걸 그 때 그 말을 하지 말걸, 그때 그렇게 말할걸 그 때 조금만 더 참을 걸, 그때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볼걸 이 같은 후회들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그 중에 어떤 후회가 가장 컸는지 생각하느라 온 시간을 쏟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주 작은 후회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때 그곳을 갔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다고 한들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른 삶을 살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후회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제 더 이상 후회 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생활 환경이 제법 안정된 탓인지, 예전보다 ..
0069 - 나의 인형뽑기 최근 아내가 인형 뽑기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한두 번 인형 뽑기를 하던 것이, 아내의 친구가 동네에 놀러 와서 인형을 두어 개 뽑아주고 간 뒤부터는 강한 흥미와 충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인형 뽑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인형이 필요 없을뿐더러 지금까지 인형을 뽑아본 적도 없고 인형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고 무엇보다 돈이 아까웠다. 필요도 없는 인형을 뽑기 위해 만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면 그 돈으로 차라리 더 이로운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말들이 아내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아내의 그 친구는 남편이랑 같이 인형뽑기도 즐기는데 왜 자기는 나에게 이렇게 핀잔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인형 뽑기 가게로 돌아가서 방금 전까지 뽑으..
0068 - 나의 생일 지난 주, 37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 이틀 전 회식이 있었기에 생일 하루 전 까지 숙취에 시달려야 했다. 다음날 영향이 가지 않도록, 최소한 평일에는, 절제하여 마시려고 했지만 또 다시 실패했다. 어째서 나는 여전히 숙취에 시달려야만 하는가? 그렇게 생일 전날은 숙취를 이겨내고자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탔다. 런닝머신은 원래 감옥에서 죄수들을 고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리 달려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그런 굴레속을 걷는 느낌말이다.   생일날은 별다르게 보내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나의 생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아침부터 약간 다운되어 있었고, 반납기한이 다 된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 두 권중 한 권이 예약되어 있어서, 그 책은 사서에게 직접 반납했어야 했다. 이런..
0067 - 나의 위기 지난 주에 회사 생활 10년 중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긴급한 품질 이슈가 발생해서 고객 대응을, 2월 초부터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슈가 커지더니, 미국에 있는 고객사 본사 까지 보고가 되고 미국 연구소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지는 바람에 북미 사람들과 데일리 회의를 하게 되었다. 회의는 목요일 저녁 9시부터 시작됐고, 금요일 두 번째 회의에서 (당연히 주말을 쉬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주말 동안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주말 이틀 동안 출근을 했다. 출근 뿐만 아니라 밤 9시의 회의로 참석을 해야 했다. 그렇게 목,금,토,일,월,화 동안 긴급하게 고객 대응을 했다. 주52시간을 초과 한 것은 물론이지만 시스템 상 근태 입력이 더 이상 안됐다. 초과 근무 수당을 신청하는 것도, 주말 출근..
0066 - 나의 동기 동기라는 단어는 여러가지로 쓰인다   가장 자주 쓰는 의미는, 동기부여 할 때의 동기인 것 같다.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것, 어떤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것. 동기부여가 결여되어 있다 등으로 쓰인다.   같은 기수 로써의 동기라는 의미가 있다. 입학 동기, 입대 동기, 입사 동기와 같이 쓰인다. 나는 나의 대학 동기들과 잘 지낸다. 군대 동기와는 왕래가 거의 없다. 입사한 동기 중 한 명과 같은 팀으로 남아있다 등등.   마지막으로는 사람 이름으로 쓰이는 동기가 있다. 내 친구중에도 동기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었다. 스무 살 때 우리 곁을 떠난 친구라서 마음이 아프다.   동기라는 단어는 제법 자주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친구 동기가 자주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