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가 온 것 같다. 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슬럼프는,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태를 진단 해 보면 아무래도 슬럼프가 온 것이 맞는 것 같다.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는 블로그도, 오랜만에 글을 쓸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얼마전에 술을 마시고 넘어진 것도 - 다행히 얼굴을 다치지는 않았지만 양쪽 무릎, 팔꿈치와 손바닥이 까졌다. 자고 일어 났을 때 안경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내에게 어제 들어 왔을 때 안경을 쓰고 있었는지 물었지만 아내는 기억이 없었다. 넘어진 장소에 찾아 갔을 때 바닥에 안경이 뒹굴고 있었고 비에 젖어 있었다. 넘어질 때의 충격으로 안경이 튕겨저 나간 것 같은데, 다행히 누군가 밟지는 않은 것 같다 - 생각보다 긴 연휴를 보낸 것도 슬럼프의 이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이유를 알았으면 어떻게든 해결을 시도했을 것이다.
저번 주 금요일 나의 계획대로 운동을 하지 못한 것도 어떤 상실감을 느끼게 했다. 나는 계획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아내가 반차를 쓰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더니, 본인 반차에 어디든 가자고 하면서 나에게 운동을 쉬라고 했다. 운동은 물론 토요일날 가도 되는 것이지만 금요일 운동을 포기하는 것에 상응하거나 혹은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목요일에 쇼핑을 가려고 했지만 가지 않았는데 아내는 내가 꽤나 쇼핑을 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럼 쇼핑이나 다녀오자고 했다. 아무것도 안 살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아내와 함께 맞춰 입을 후드티를 샀다. 수정된 계획대로 토요일에 운동을 다녀왔다. 운동을 다녀와서 아내와 판교역에서 만나 쇼핑을 한차례 더 했다. 일요일날 만나러 가는 친구들의 자녀를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함이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와서 배가 고팠는데, 따뜻한 국물이 있는 면 요리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대로 햄버거를 먹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지만, 당장 살 필요를 못느껴 그냥 집에 왔다.
그렇게 오늘이 되었다, 오늘은 추석 연휴의 할일 중 마지막 항목으로 오픽 시험을 보러 가는 날이다. 아침에 아내와 작은 트러블이 있었고 (세탁 세제가 떨어졌는데 나는 그걸 모른 채로 세탁을 돌렸다. 아내가 세제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려줬고 세제를 넣고 세탁을 다시 해야 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준비를 마치고 오픽 시험장으로 향했다. 예전에 시험 봤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근처 베이글 가게에서 베이글과 커피를 마셨다. 생각보다 주변에 학생 유동인구가 많아서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시험 장소로 알고 있던 곳의 문이 닫혀 있었던 것이다. 확인을 해 보니 걸어서 10분 거리의 다른 곳의 시험장으로 가야 했다. 시간은 여유있게 도착했지만 시험은 썩 잘 본 것 같지 않다. 어쨌든 그것으로 추석 연휴의 할 일을 마무리 지었고, 백화점에 가서 어제 봤던 옷을 사서 왔다. 20만원을 결제하면 사은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4500원 차이로 사은품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10% 브랜드 할인에 백화점 카드 추가 5% 할인을 받았으니 만족한다)
문제는 점점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집을 깨끗하게 가꾸는 것도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화장실 청소도 자신이 없어지고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것도 자신이 없어지고 환기를 하는 것도 제습기를 돌리는 것도 청소기를 하는 것도 자신이 없어진다. 내 삶을 이끌어나가는 자신도 없어진다. 내가 하고싶은 것과 그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 괴리감이 상당하게 느껴진다. 운전을 하는 것도 자신이 없다. 차를 관리하는 것도 자신이 없다. (추석 연휴 때 부모님과 형이 차를 보고, 타이어에 바람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해서, 카센터를 다녀왔다. 타이어 바람은 너무 쉽게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엔진 오일을 갈려고 했지만 카센터에 사람이 많아서 다음날 다시 가야 했다. 엔진 오일 상태가 괜찮아서 굳이 오일을 갈 필요는 없었다. 왼쪽 소음기가 터진 것 같고, 리어 멤버에 부식이 많이 진행됐고 (카센터 사장님께서, 관련해서 리콜 진행했던 이력이 있다고 하니, 알아 보라고 하셨다 - 어디서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가? 사이드 미러에 불법 튜닝한 깜빡이를 제거해야 한다. 이 것들을 최소한 내년 정기 검진 전에 해야 한다) 치아 관리도 자신이 없다. 치아가 너무 긴밀하게 자라서, 치간 칫솔 사용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치석이 쉽게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사랑니도 매복되어 있어서 발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서점을 차리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브랜드를 런칭해보고 싶지만 이 또한 자신이 없다.
자신감을 회복해야 겠지만 이 또한 자신이 없다. 이런 상태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그저 이런 생각이 가라앉을 때 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착실하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착실하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고 또 써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상태를 이해를 하고는 있다 하지만 그대로 살아나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슬럼프를 극복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슬럼프를 느끼지 않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슬럼프를 느낄 틈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최근 며칠동안 유지하던 생활 패턴을 유지하지 못해서 슬럼프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금 블로그를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식사를 챙겨먹는 일도 열심히 해야겠다. 더위를 핑계로 집에서 요리를 안한지 꽤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아침겸점심과 점심겸저녁을 대충 먹고 하루 두 끼를 먹는 패턴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연휴동안 밖에서 사먹은 경우도 많이 있었다. 어제는 인스턴트 우동을 사먹었는데, 나는 나이가 들면 우동쯤은 직접 해먹을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고등학생 때 부터 먹던 인스턴트 우동을 먹으며 다시 한 번 더 자신이 없어졌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잘 챙겨먹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읽고 쓰고, 규칙적으로 일하고 규칙적으로 쉬는 연휴 이전의 삶을 되찾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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