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탁은 어느 잡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트럭 혹은 트레일러의 덮개를 재활용해서 가방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가방 끈은 안전벨트를 재 활용해서 만든다고 했다. 가방의 형태 자체가 예쁘기도 했지만, 알록달록한 모양과, 반질반질한 재질도 마음에 들었다. 거기다가 트레일러 덮개의 어느 부분을 패턴으로 재단하느냐에 따라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도 했다. 본래 출생지인 유럽 뿐만 아니라 아시아 일부 나라에도 정식 매장들이 있다고 했다. 매장도 컨테이너 박스를 재활용해서 만드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서울에는 정식 매장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10년 전에 처음 인턴을 하던 회사 주변에 mmmg 매장이 있었고 당시 그 매장에서는 프라이탁을 취급했다. 지금 계동에는 mmmg 매장이 없어진 것 같다. 회사를 마치고 몇번씩 들러서 가방을 매보곤 했다. BOB 가방을 사고 싶었다. 그 때 가격으로 30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6주 인턴을 하고 얼추 200만원 정도 받을 테니 반은 어머니 드리고 남은 돈으로 가방을 사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어떤 운명의 장난인지, 인턴 마지막날 회식을 하고 자고 일어났는데, 어금니 치료했던 금니가 빠져버렸다. 나는 얼른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고 가방을 사기 위해 남겨 두었던 돈을, 치과 치료 하는데 고스란히 써야만 했다. 결제를 하면서 가방 사려고 아껴놨던 돈이라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가방 보다는 이빨을 치료 하셔야죠..." 라는 대답도 기억이 난다.
한동안 프라이탁을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이태원에 매장도 있었고 홍대에도 매장이 있었는데 근처에서 데이트 할 일이 있어면 매번 가서 보곤 했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느껴보고 매보기도 하고 했다. 그러다가 결국 처음 프라이탁을 샀다. 모델명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회색의 카드 지갑이다. 물론 그 카드 지갑은 아직 쓰고 있다. 돌이켜 생각 해 보니 내가 직접 산 것인지, 선물을 받은 것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쨌든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두 번째 프라이탁은 초록색의 마이애미 바이스다. 제대로 된 가방중에서 그나마 가장 저렴했던 모델이어서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13만원 정도 했다. 근데 가방 마감이 깨끗하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했다. 가장 자리의 실밥 같은 것을 라이터로 태워내야 했고, 가방 모양이 예쁘게 잡히지 않아서 바닥에 골판지를 잘라 넣었다. 가방은 예쁘지만 손으로 항상 들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그래도 이 가방을 가지고 나가는 날은 스마트폰을 덜 보게 되어서 좋다. 그 때만 해도 프라이탁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회사에 통틀어서 다섯명 이하로 있었던 것 같다. 세번째 프라이탁은 주황색 화아이안파이브오 모델이다. 이 가방은 산지 6년정도 된 것 같다. 지금 아내를 만나고 나서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홍대 쪽 매장이었을 것이다. 주황색 프라이탁을 가장 잘 쓰고 있다. 가방 크기가 적당하다. 나는 이래저래 들고다니는 것이 많다. 지갑 들고 다니고, 립밥에 인공눈물 그리고 물티슈와 일반 화장지를 항상 들고 다닌다. 읽을 책, 가벼운 노트, 양산 등 그날 기분에 따라 챙기는 것들이 많다. 주머니가 가볍고 가방이 무거운 것이 차라니 낫다. 하와이안파이브오 모델의 단점은, 가방 덮개가 밸크로로 되어 있는데, 가방 본체의 밸크로가 쉽게 뜯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수선해야지 하는 생각을 수년째 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요즘 프라이탁을 메고 다니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다행히 패턴이 다 달라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내 주황색은 단색이라서 똑같은 가방을 마주치면 어떡하나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주황색이 특이한 색이어서 그런지 여태까지 똑같은 가방을 마주친 적은 없다. 주황색 프라이탁을 메는 날이면 돌핀 시계를 페어링 하는데, 돌핀 시계의 줄에 주황색으로 글씨가 들어가 있어서 은은하게 조화가 된다.
나는 프라이탁을 이미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사기 전부터 나는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유행에 몇 년이나 앞서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어쩌면 자랑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늘 나의 안목을 뽐내고 싶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탁을 메고 다닌다면, 나는 별로 사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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