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회사 생활 10년 중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긴급한 품질 이슈가 발생해서 고객 대응을, 2월 초부터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슈가 커지더니, 미국에 있는 고객사 본사 까지 보고가 되고 미국 연구소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지는 바람에 북미 사람들과 데일리 회의를 하게 되었다. 회의는 목요일 저녁 9시부터 시작됐고, 금요일 두 번째 회의에서 (당연히 주말을 쉬겠거니 생각을 했지만) 주말 동안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주말 이틀 동안 출근을 했다. 출근 뿐만 아니라 밤 9시의 회의로 참석을 해야 했다. 그렇게 목,금,토,일,월,화 동안 긴급하게 고객 대응을 했다. 주52시간을 초과 한 것은 물론이지만 시스템 상 근태 입력이 더 이상 안됐다. 초과 근무 수당을 신청하는 것도, 주말 출근을 한 것도 회사 생활 10년동안 처음이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계기를 늘 찾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계기는 되지 못할 것 같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대주의는 아니겠지만 미국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혹은 고객사에서 일하는 방식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가끔은 이슈가 스스로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잘 대응 해야겠다.
밤 늦게 퇴근을 하고 다음날 오후에 출근 하는 생활을 며칠간 했다. 평소에 사무실에 있어야 할 시간에 밖을 돌아다니니 신기하긴 했다. 특히 한가로운 헬스장이나 한가로운 목욕탕 한가로운 도로를 보니 너무 쫓기듯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는 평생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데 누구는 한가롭게 운동도 하고 사우나도 하고 포르쉐도 몰고 하는 것이 어쩌면 조금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러한 목표 없이 안일하게 회사생활에만 의지 해 온 것은 사실이기에, 불공평하다고 해서 누군가를 비난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누적된 피로를 풀고 이번 위기를 계기로 어느 방향으로든지 나아갈 수 있도록 양분으로 삼아야겠다. 일요일 저녁 때 쯤에는 과로로 죽겠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월요일 오후부터는 실시간으로 몸이 나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밤 9시에 회의를 하고 회의가 조금 잘 풀려나가는 것 같으면 밤 10시 반에라도 힘이 나는 것도 느껴졌다. 역시 체력이라는 것도 마음 먹기에 달린 것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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