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3yr

0063 - 나의 결핍

 요즘 세대는 결핍이 없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결핍이 결핍된 세대, 결핍의 이중 부정은 결국 과잉이지 않을까? 

 

 결핍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쉽게 연상되는 단어는 애정결핍이다. (어느 가수의 노래 제목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애정이 결핍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항상 일을 하셨고, 퇴근 하시고 돌아오셔도 별다르게 대화를 하거나 했던 기억은 많이 없다. 어머니도 항상 일을 하셨다. 상대적으로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이, 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이 많았지만, 그 시간들이 사랑으로 가득찼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사랑 표현에 익숙하지 않으셨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들의 표현 방식이, 내가 수용하는 방식과 달랐을 수도 있겠다. 가령 나에게 직접 했어도 될 말을 굳이 기도를 통해 신에게 한다거나 하는, 그런 방식의 차이가 있을수도 있겠다. 그 다음으로는 경제적 결핍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내가 자란 환경이 그렇게 유복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었다. 평범보다는 약간 모자란 그런 느낌의 집안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순간 순간 기분이 나쁘거나 속상하거나 화가나는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썩 나쁜 환경은 아닌 것 같다. 당연하게도 환경은 환경이고, 그 속의 나는 나일 뿐이다. 가정 환경을 제외한 다른 요소는 다른 문제들을 일으켜왔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결핍의 결핍이 과잉이면, 과잉의 과잉은 무엇인가? 모든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말과 비슷하게, 과잉의 과잉은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일까? 

 

 확실히 요즘 세대가 자라는 환경은, 내가 자랐던 환경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에는 무언가 간절함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간절한 소망, 간절한 사랑, 성공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이다. 성공에 대한 갈망이었다고는 하지만 앞에 한 가지 수식어가 붙어야 할 것 같다. 남들과 같은 길의 성공에 대한 갈망. 이미 성공한 사람들을 따라 성공하는 길 같은 느낌이다. 요즘 세대들의 성공은?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지고 그것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것을 미디어에 광고하는 것일까? 그런 것이라면 우리 세대도 그런 부분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미디어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 세대는 결국 우리의 앞선 세대들이 봤을 때 다른 세대였고, 지금 내가 요즘 세대를 보는 것과 같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우리 세대는 그런 부정적 시각을 부정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세대간의 평가는 과연 가능한 것이며 올바른 것일까? 

 

 다시 나의 결핍으로 돌아와서, 내가 지금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급여 수준도 높은 편이다. 2024년 급여와 저축금액을 비교해보았는데 50퍼센트 까지는 아니지만 40퍼센트 수준의 저축을 하고 있다. 심리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 봐야 겠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심리적 여유는 생겨날수도 있고, 있던 여유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결핍이 없는 상태인가? 결핍이 결핍되어 있으므로 우리 세대에 속하지 못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결핍도 과잉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 - 사실 결핍도 과잉도 일정부분 부정적인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부정적인 상태가 아닐 뿐인거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상태도 아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상태 그 어중간함의 균형을 맞춰야겠다. 

'D-3yr' 카테고리의 다른 글

0068 - 나의 생일  (0) 2025.03.23
0067 - 나의 위기  (0) 2025.03.03
0066 - 나의 동기  (0) 2025.01.19
0065 - 나의 계기  (0) 2025.01.19
0064 - 나의 시행착오  (0) 2025.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