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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yr

0042 - 나의 오락실

 아내와 나는 길을 가다가 오락실이 보이면 일단 들어가서 구경을 해보는 편이다. 우리는 주로 다른그림 찾기 (틀린그림 찾기는 틀린 표현이라고 한다) 를 하고, 가끔씩 슈팅게임을 한다. 20 스테이지 까지 원 코인으로 클리어 해 본 적이 두 세번 정도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영통역에있는 에스프레소 바를 갔다가 오락실이 있어서 두 판 정도 하고 왔다. 안타깝게도 스테이지 10을 못 넘겼다. 

 

 어렸을 때는 오락을 좋아했던 것 같다. 오락과 게임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것들은 게임으로 부르는 것이 편하고 어떤 것들은 오락으로 부르는 것이 편한 것을 보면 분명 그 둘에는 구분할 수 있는 경계가 있는 것이다. 나는 게임은 잘 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몇몇 오락은 즐겨 하는 편이다. 

 

 가장 어렸을 때의 오락실은, 경사로에 있는 좁은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지하에 있는 오락실이었다. 모아 오락실 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무슨 오락을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문방구나 슈퍼 앞에 있는 오락기에서 오락을 했던 기억들이 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청소기 게임 같은 것이나 갈스패닉 땅따먹기 게임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어서는 학원가에 있던 오락실을 주로 갔다. 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오락실이 있었다. 당시에는 주로 오락실노래방 (줄여서 오노 라고 불렀다) 을 많이 갔다. 한 곡에 2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인형의 꿈 같은 노래를 부르곤 했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철권 태그를 하거나 버츄어 테니스 등을 했던것 같다. 스노으 브루스나 메탈슬러그 등도 했다. 이지투디제이 같은 게임도 시도는 했었지만, 그런 분야의 게임에는 좀처럼 소질이 없었다. 나는 주로 무언가 실시간으로 그때그때 반응해서 하는 게임은 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 패턴을 외우거나 일정한 규칙이 반복되는 게임은 곧잘 했던 것 같다. 1945 같은 슈팅게임은 하지 못했지만 텐카이? 같은 슈팅게임은 곧잘 했다. 캐딜락을 잘 하고 싶었지만 늘 4탄에서 게임오버 되곤 했다. 삼국지나 던전앤드래곤 같은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워 했지만, 나는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슈팅게임이 하나 있다. 1P 가 분홍색 총이었고 2P가 하늘색 총이었는데, 20개 정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 해나가는 게임으로 기억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스테이지는 떨어지는 낙엽 한 개를 한 발로 명중시켜야 하는 것이었는데 대충 감을 잡아 쏘면 명중을 하곤 했다. 그 게임을 줄곧 찾아 다녔지만, 한동안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경기 광주역에 있는, 극장에 딸린 오락실에서 게임을 발견했다. 아내와 몇 판 해 보았지만 옛날의 실력이나 감각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가장 자신있는 오락은 테크모 싸커다. 그 게임 만큼은 거의 높은 확률로 마지막 스테이지 까지 갈 수 있었다. 그 게임도 일정한 패턴이나 공략이 있는 편이어서 쉽게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안양일번가에 있던 오락실에 게임이 있었는데, 자취를 하던 때만 하더라도 가끔 오락을 하러 안양까지 가곤 했다.

 

 나는 컴퓨터 게임이나, 콘솔 게임류는 잘 못한다. 스타크래프트도 잘 못했고, 친구들과 서든어택을 하더라도 항상 제일 먼저 죽었다. 친구들과 같이 바람의나라 같은 게임을 시작 하더라도 내가 항상 레벨업 속도가 가장 더뎠다. 메이플스토리도 마찬가지었다. 디아블로 같은 게임도 끝까지 해본 적이 없다. 워크래프트의 유즈맵 같은 파워캐 도 한번인가 밖에 해보지 않았고, 롤도 한판인가 밖에 해보지 않았다. 나는 모바일 게임도 잘 하지 못한다. 그 흔한 애니팡도 해보지 않았다. 

 

 게임을 잘 하지 못해서, 게임에 빠지지 않았던게 나로써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작은 가게에 레트로게임을 가져다 놓고 오락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게임들은 어쩌면 너무 복잡해 진것 같다. 예전에는 단순한 스토리에, 단순한 조작법에, 단순한 그래픽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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