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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yr

0043 - 나의 감수성

 학창 시절에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특히 대학생 시절엔 주변에 공대생들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주 작은 감성만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 처럼 보였지만 그럼에도 모두들 연애를 하고 있었다. 섬세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곤했다. 매번 누군가의 (작은) 선물을 챙긴다거나하는 사소한 행동을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듣곤했다.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하거나 작은 부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런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늘 선택적일 뿐이다. 내가 기억하기에 편하고 기억하기에 익숙한 것들을 선택적으로 기억해 둘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그리 감수성이 풍부하거나 섬세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짝사랑에 대한 예찬 (혹은 자기 합리화, 자기 정당화) 그리고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집착이 전부였다. 여전히 감성과 감정에 대한 구분은 모호했다. (반면 이성과 감성은 구분이 쉽다) 나는 그런 감정을 마주하는 것에는 단련이 되어 있었지만 그런 감정을 글이나 그림, 행동이나 말로써 풀어내는 데에는 재능이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동경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랑뿐만 아니라, 행복, 자유같은 감정을 글과 그림, 행동과 말로 표현하는 예술을 나는 늘 동경해왔다. 

 

 이런 서술을 하다 보면 나는 나름대로의 자기 객관화가 되어 있는 것 같아보인다. 요즘 말로 하면 메타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주관과 객관을 구분하는 것은 모호하다. 내가 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재귀성의 오류)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하지만 인간으로써 인간을 파악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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