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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yr

0037 - 나의 생일 (2)

 36번째 생일을 맞았다. 

 

 월요일에 과음을 하고, 화요일에 연차를 쓰고 쉬었다. 다음날 지장을 줄 만큼 술을 마신 내 자신이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앞으로 술을 절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생일날은 아내와 PT를 하는 날이었지만, 코치님이 몸이 안좋다고 하시어 갑자기 쉬게 되었다. 아내와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다가, 10년 전 금으로 씌운게 빠졌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징조라고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치과에 갔지만 예약을 하지 못한 터라 오랜 시간 대기를 했다. 빠졌던 금은 바로 붙일 수 있다고 했지만, 충치가 있어서 추가 치료를 하고 다시 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진료 예약을 하고 출근을 했다. 운동을 하고 집에 갔더니 아내가 케잌을 준비해뒀다. 생일 축하 머리띠를 하고 사진을 찍고 아내가 써둔 편지를 읽었다. 

 

 주말엔 아내와 삼성역에 갔다. 크라이치즈버거를 먹고, 커피 엑스포를 보고, 딤딤섬에서 저녁을 먹었다. 귀여운 커피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귀여운 것도 이해가 되고, 나도 가끔은 귀여운 브랜드를 해보고 싶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브랜드의 방향과는 맞지 않는것 같았다. 이번에 본 커피 엑스포는 저번에 봤던 커피&베이커리 페어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규모에 맞게 큰 브랜드 부스들이 많았다. 전시 순서 상 마지막 쯤에 가서야 소규모 커피 브랜드의 시음과 원두를 구경할 수 있었다. 커피라는 것 하나 만으로 이렇게 큰 규모의 산업이 움직인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나도 언젠가 그 틈바구니에 끼어서 살아가게 될 수 있을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늘어갈 뿐이다. 몇몇 팜플릿을 가져 오고, 드립백을 사서 집에 왔다. 집 오는 지하철에서 책을 조금 읽었다. 

 

 친구가 선물해 준 치킨 쿠폰을 배달시켜 먹었다. 치킨을 먹으며 검은사제들을 봤다. 며칠 전 파묘를 보았고 아내가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와서 내일 아내와 같이 본가에 올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나는 혼자만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영화를 마저보고 정리를 하고 잤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도서관에 갔다. 작은가게 인테리어 싸게하기 라는 책을 반납하고, 큐레이션 이라는 책을 빌렸다. 집에 와서 아내와 아침을 해먹고 가게부를 정리하고 본가에 다녀왔다. 아내와 집정리를 조금하고 산책겸 저녁거리 장을 보러 나갔다. 그렇게 저녁을 차려 먹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샤워를 한 다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을 한다거나 특별한 곳을 간다거나 특별한 선물을 받는다거나 하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불편함을 느낀다. 긴장하게 된다. 뭔가 평소에 익숙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은 내게는 부담이 된다.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나는 현재까지 반복해온 것들을, 익숙한 것들을 하는 것이 좋다. 

 

 어쨌든 이제 서른 여섯살이 되었다. 이 문장을 소리내어 말해 본다. 서른 여섯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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