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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yr

0053 - 나의 독서 (2)

 독서에 대해 글을 써야지 했는데, 이미 썼던 흔적이 있다. 

 

 저번 글에서 나는 독서를 왜 하는가에 대해서 썼는데, 답이 아닌 질문을 찾기 위함이라고 썼다. 그 말은 맞는 말이기에, 거기에 추가해서 나는 왜 책을 읽는지 첨언하고 싶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불안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덜 불안하다. 다른 행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티비를 본다거나 유튜브 영상을 본다거나 쇼츠를 본다거나 (인스타그램은 보지 않는다) 불안감이 덜하다. 그럼에도 많은 매체중에 굳이 책을 본다는 것은, 책이라는 매체가 다른 매체에 비해서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으려면 일단 집중을 해야 하는데 요즘 좀처럼 집중력을 갖추고 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쉽지 않다는 것을 한다는 것 그것이 일종의 우월감 혹은 자아도취가 아닐까? 시도때도는 아니지만 지하철이 한가할 때는 가끔 책을 읽고, 점심시간에도 기분이 괜찮다면 책을 꺼내 읽는다. 이것은 모두 보여지기 위한 행위다. 

 

 왜냐하면 나는 좀처럼, 책을 읽고 난 뒤의 내용을 기억하는게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을 읽었는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좀처럼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나의 독서 방법이 잘못 된 것일까? 독서 노트를 적지 않기 때문일까? 

 

 최근에는 꼭 기억하고 싶은 내용의 책을 읽었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나서 두번째를 바로 읽었다. 책의 앞 부분은 그럭저럭 기억이 나고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겠는데, 뒷 부분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마 세번째를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짧은 책이여서 다행이다. " 이솔 - 이미지란 무엇인가" 책이다. 내가 평소 관심있어하는 인식론, 유물론과 관념론, 이미지론, 실재와 비실재, 원본과 사본등을 다룬 좋은 책이다. 이 책을 두 번째 읽고, 미디어의 이해 1장을 다시 읽었다. 단편적으로 산재해 있는 지식들을 한대로 모아서 큰 그림을 그리는 법을 터득하고 싶다. 

 

 그 책을 읽고, 발터 벤야민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한 권 빌렸다. 다른 책도 빌렸는데,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이다. 어느 유투버가 추천해 준 책 목록에 들어 있었는데 (정말이지 책 추천 콘텐츠는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쉽게 휩쓸리게 된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달라지기 위해 남들이 읽는건 읽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절판이 된 책인것 같아서 흥미가 생겼다. 다행히 동네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 읽기 시작했다. 

 

 이 책만 따라서 한들 무언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요즘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방금 꾼 꿈 이야기나, 전날의 일들을 회상하며 적는것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전날에 무언가 강렬한 기억이나 인상이 있다면 다시 적어볼 수 있어서 좋다. 모닝페이지를 쓰다보니, 타자기가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기가 그리워졌다. 타자기를 몇대 사서, 타자기로만 적는 시 수업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 핸드폰도 보지 못하고, 연습도 없고 타자기에 앉아서 가만히 생각을 하고 머릿속으로 다 정리해서 딱 한번에 써내려가는 것이다. 책은 12주 간의 창조성 회복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나는 일단 책을 쭉 읽어보고 있다. 흥미 있는 부분이나 과제로 적혀 있는 부분을 회사 프린터를 이용해서 복사해두고 있다. 12주를 곧이 곧대로 따라갈 순 없겠지만 그래도 천천히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티스트가 되기에 용기가 부족하고 행동력이 부족하다. 용기를 내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를 하고 있는데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쩌면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부족한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공포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감정 전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무언가 부족하다. 그것이 평생 채워질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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