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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yr

0046 - 나의 독서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모으는 것도 좋아하고, 책을 사는 것도 좋아한다. 당장 읽을 책이 아님에도 책을 사곤 한다. YES24 장바구니에는 100만 원이 넘는 책이 장바구니에 들어있다. 나는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한다. 

 

 내가 책을 읽는것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언제일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매년 읽던, 2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교 1학년을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했는데,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낼 목적으로 책을 읽었던 것이 책을 읽는 습관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당연히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1호선 열차가 있었기에, 편히 앉아 갈 수 있었고 한 시간 정도를 오롯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요즘도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타는데, 예전의 습관이 남아서인지 지하철에서 읽는 책이 가장 잘 읽히는 것 같다. 출퇴근길에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으면 뭐랄까 조금 더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점심시간에도 가끔 책을 읽곤 하는데, 사람들이 나를 특이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로 작용하게 되었다. (회사 책상에는 손이 닿는 위치에 3권의 책을 갖다 놓았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데이비드 토머스&앤드류 헌트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뒤의 두 권의 책은 회사에서 도서구입비를 지원받아서 샀다) 

 

 이번주에는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써야지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나는 책을 읽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책에서 답을 얻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라는 답을 정했다. 책은 누군가의 질문으로 부터 시작된다 (혹은 질문의 형태로 발현된 호기심) 그 책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질문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묻고 답하는 연속의 작용인 것이다. 나는 그런 질문과 답들에 대해서 공감을 할 수도 있고, 회의적인 반론을 펼칠 수도 있다. 그 끝에는 결국 나로부터 새로운 질문이 시작된다. 새로운 질문의 답하기 위해 새로운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질문과 내부로부터의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대를 그대 밖에서 찾지 말라" 

 

 투자와 관련된 (넓은 의미에서는 경제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돈을 모으고 싶었고 돈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한 권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을 통해 무언가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구절을 통해 나는 "이 행위가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행위인가?" 라는 질문을 계속 반복적으로 하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철학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철학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책이고, 시대적 배경과 흐름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렇다면 현시대의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권의 철학책을 읽고 나서 내가 도착한 질문은 이것이다 "나의 철학적 과제는 무엇인가?" (영화와 사진에 관한 책도 좋아하는데,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도착하는 질문도 유사하다 "이미지란 무엇인가?" - 결국 사람의 인식 과정, 인지 과정, 현상학 등으로 귀결되어 나의 철학적 과제에 대한 질문에 이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서머싯 몸, 알베르트 까뮈 - 에 대한 질문은 조금 더 생각 해 봐야겠다. 

 

 옳은 질문을 한다고 해서, 옳은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닐것이다. 비록 잘못된 질문에서 시작됐지만, 옳은 답에 도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나의 철학적 과제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의 독서가 올바른 질문으로 인도해 주기를 바란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연』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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