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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yr

0015 - 나의 런던

 아내와 2주동안 런던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나는 런던이 두번째 였고, 와이프는 처음이었다. 

 

 런던은 여행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이 있고, 다양한 수요가 있고, 다양한 공급이 있고, 다양한 행복과 다양한 불행이 있을 것이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5층 이하의 저층 건물에 1층은 까페나 음식점,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업 공간이 형성되어 있고, 2층은 약간의 사무 공간도 있는 것 같지만, 주거 공간도 많은 것 같다. 런던에는 2층 버스가 많이 있어 상대적으로 그들의 삶을 엿볼 기회가 있었지만, 다른 도시에서는 늘, 저 2층 이후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해왔다. 관광객으로 와서 짧게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 그 삶이 궁금했다. 

 

 이번 여행의 숙박 대부분은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해결했다. 처음 약 열흘간 머무른 비앤비는, 그 목적에 맞게 호스트와 같은 플랫에서 방1개와 화장실1개를 사용했다. 호스트 분은 정말 귀여우신 영국 할머니셨다. 우리가 묶는 방에 호스트 분에 명함이 있었는데, 이름을 검색해 보니 위키피디아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었다 (극작가 라고 하셨다) 안타깝게 호스트 분과 많은 대화를 나누거나, 친분을 쌓을 기회는 없었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호스트지만, 호스트 분에게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게스트 중에 한명이지 않았을까, 인연의 상대적 경중이 달랐던 것 같다. 

 

 브라이튼이라는 도시에서도 3박 4일간 머물렀다. (첫 번째 비앤비에서 체크아웃 할 때 호스트가 태워다 주셨는데, 아주 작은 스즈키 앞좌석에 아내와 내가 둘이 낑겨서 타야했다) 브라이튼에서의 비앤비는 한 플랫을 전부 썼기 때문에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직접 요리도 할 수 있었고, 집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브라이튼에서 일정을 마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뒤에는 호텔에서 묶었다. 타워 브릿지 뷰의 호텔이었다. 물론 체크인 과정에서 호텔과 마찰도 있었고 아내와 마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편안하게 런던 일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예전에 런던을 처음 방문 하였을 때는, 혼자 이기도 했고, 별 고민 없이 한인 민박에서 생활했었다. 하루 정도는 좋은 호텔에 묶어볼만했는데, 일주일 내내 한인 민박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한인 민박이 아직까지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킹스 크로스 역에 해리포터 승강장을 구경하려 갔을 때 나도 모르게 위치가 기억나는 것 같았다. 찾아가면 찾아갈 수 있었을 것 같다. 이와 같이 내가 갔다 온 도시를, 처음 방문하는 누군가와 여행하는 경험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이 경험에도 장단점이 있다. 나는 아내와 다른 방향으로 계획적이기 때문에, 내가 좀 더 수월하게 누군가를 안내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도시가 변했기에 (나도 변했다) 내가 방문했던 곳을 아내와 같이 간다고 해서, 아내는 내가 예전에 느꼈던 감동을 동일하게 느끼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나도 한 번 경험해 봤던 것이기 때문에 감동은 덜했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각자가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겠다. 개인적으로는 나와 아내가 각각 50 : 50 의 감동을 느끼는 것 보다 100 : 0 의 감동을 느끼는게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둘 다 애매하게 감정이 나아 있는 것 보다 누구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무언가 느끼는 것이 좋은 방향인 것 같다. 

 

 긴 여행을 뒤로하고 지금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지금 하는 일은 그런 일은 아니지만, 그런 방식으로 일을 하려고 노력 하고 있다) 영감의 종류에 따라 영감을 주는 방법또한 다양하게 있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의 아내에게 영감을 주는 일부터 시작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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