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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yr

0008 - 나의 하루키

 스무살 쯤 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었던 것 같다. 상실의 시대를 처음으로 읽었고 그 뒤로는 첫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부터 닥치는 대로 읽었다. 상실의 시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살아가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계속해서 잃어가는 과정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수필도 몇가지 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작가가 어떻게 될 수 있느냐는 한 독자의 물음에, 글을 쓴다는 것은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일단 어떻게든 살아가 보고 그러다가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때는 어떻게든 글이 써진다는 답이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일단 각자의 삶의 방식이 생기면 각자의 글 쓰는 방식이 생긴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도 일단 어떻게든 살아가보자 했고 내 나름의 삶의 방식, 글 쓰는 방식을 체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들의 결과물이 앞으로 나의 5년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하루키를 읽지 않는다. 이런말을 들으면 하루키씨가 속상해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사람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 1Q84가 나왔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작품을 읽었는데 더 이상 감동이 없고 실망만 생긴다면, 그를 직접 만나러 일본에 갈 결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 만남이 결코 즐겁지는 않을것 같았다. 

 

 물론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졌다. 실제로 짧은 단편을 써보기도 했고 어떻게든 바깥세상에 내놓기도 했었다. 대학교의 교앙 글쓰기 수업에서도 제법 좋은 점수를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멘토로 삼아, 때로는 동료로 때로는 경쟁자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루키 뿐만 아니라 나는 무라카미 류의 글도 좋아했다 (특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표지는 정말 아름답다). 젊다는 패기때문인지는 몰라도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 글들을 열심히 읽어댔다. 일단 어떻게든 책을 읽는 습관이 들자 다른 작가의 다른 주제에 대한 책들도 제법 읽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서재방의 가장 큰 섹션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가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주제 사라마구나 폴 오스터 같은 것들, 기욤 뮈소와 같은 프랑스 작가들의 책들이 있다. 

 

 하루키 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영미 문학과 재즈의 조예가 깊던 그는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은 채로 (졸업을 했던가?) 재즈바를 열었다. 그 주방에서 글을 쓰기 시작 했다고 한다. 무엇이 그를 재즈바를 오픈하기 까지 이끌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그를 영업이 끝난 재즈바의 주방에 앉아 글을쓰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가 글 쓰는 방식을 형성한 삶의 방식이라는 것 같다. 삶에 대해 꼭 필요한 지식들 (운동과 요리)을 갖는것에 대한 그의 자세를 배우고 싶다. 

 

 앞으로 5년 뒤에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5년동안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데 다시 집중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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